41기 최푸른하늘 - 모든 순간에 대한 시

[하나의 길 끝에 만난 또 다른 시작, 스위트유로.]

 지난 2019년 8월, 그때만 해도 아직은 따가운 여름 햇살이 육지로 쏟아져 내릴 때였습니다. 전역을 한 달 앞뒀었던 저는 짧게는 15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의 여행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요. 그 때 인터넷 구석구석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이 스위트유로였습니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인 숙박과 간단한 투어를 해결해줌과 동시에, 스스로 일정을 짤 수도 있다는 점이, 여행 초보인 저에게는 아주 큰 매력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여행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스위트유로의 장점들 중 하나였습니다. 긴 여행은 한 사람의 인생을 다음 단계로 이동시킵니다. 만기 전역이라는 인생의 한 페이지 마지막에서, 스위트유로를 만난 저는 그렇게 또 다른 시작에 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정리하고 가는 팁: 이래서 스위트유로한다!

1. 긴 여행 기간동안의 숙박과 기본적인 투어를 해결할 수 있다!

2. 투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20%정도, 나머진 모두 스스로 짤 수 있는 자유여행!

3. 같이 다니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어 여러 범죄나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4. 어색하다 친해지는, 날짜가 지나면 지날수록 빅잼을 선사하는 크레센도식 재미 보장!

 

 여행을 간다는 설렘도 잠시, 준비가 생각보다 훨씬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단 혼자 여행 준비를 하는 게 막막했거든요. 여행의 반이 여정이라면, 나머지 반은 준비라는 말이 있던데, 그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습니다. 한 달 동안 다니면서 입을 옷가지들을 시작으로, 세면도구는 어디까지 가져갈지, 수건은 몇 개를 챙길지(그 땐 몰랐습니다. 이 생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스킨/로션은 병을 옮겨서 가져갈지, 한식이 고플 텐데 또 얼마나 챙길지, 환전은 얼마나 할지 등등 정말 한 달을 가서 산다고 생각하니 챙길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거기에 남자로는 드물게 화장까지 하는 저라서, 화장품을 넣어갈 생각을 하니 28인치 캐리어가 다 작아보였습니다.

 캐리어 바깥으로도 마무리해야 되는 일들이 많았죠. 일정동안에 방문할 박물관이나 관광지 입장권, 은행에서 환전우대금리를 따져가며 바꾸는 외화, 해외에서 쓰기 좋은 카드 그리고 국제학생증까지. 캐면 캘수록 뭐가 그렇게 나오는지, 22살에 군대까지 제대한 성인이 어머니를 따라서 은행을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모릅니다.

 

정리하고 가는 팁: 이건 꼭 챙기자구~~~

1. 국제학생증

  사실 외국은 국제학생증의 소유 유무보다는 국제법 상의 나이로 할인을 해주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그래도 국제학생증은 만들 수 있다면 반드시 만들어가야죠! 국제학생증을 만들 수 있으신 분들은 학교에서 학기마다, 혹은 1년에 한 번씩 학교에서 무료로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추후에 있을 여행을 대비하신다면 학교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2. 목배게

  이거,,,, 진짜 중요합니다. 특히 스위트유로에서는 비행기 뿐만 아니라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만도 총합 24시간 이상이기 때문에.... 저는 폼이 다 빠져버린 무슨 개구리 목배게 들고 갔다가 효과를 못봤어요... 목배게는 꼭 메모리폼 빵빵한 걸로!!!!

 

3. 여권사본

  소매치기가 판치는 유럽에서는 여권 원본을 갖고 다니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ㅠㅠ(근데 저는 갖고 다녔어요.) 1번에도 나와있듯, 여권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 사본은 꼭 챙깁시다!

 

4. 부모님 명의 '신용'카드_a.k.a "엄카"

  저같은 학생 참가자 분들은 아직 신용카드를 만들 수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해외 수수료면제 혜택은 체크카드보다는 신용카드가 훨씬 좋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어머니 명의로 하나은행에서 '마이트립' 신용카드를 만들어서 이걸로 다 썼었는데, 모든 금액에 대한 수수료가 0여서 마음대로 긁었습니다!! 제 카드는 꼭 써야 하는 경우(ex: 본인 명의의 카드를 써야하는 융프라우티켓, 스카이다이빙 결제)에만 썼었어요 ㅎㅎ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지금부터는 제가 여행을 다니던 매일 밤, 잠에 들기 전에 썼던 여행일기들 중 몇 편을 인용해볼까 합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세상의 빛을 볼 일이 없을 것 같기에, 아래에 이어지는 글들은 여러분들께 바치는 헌정사이자 이 후기의 제목처럼 빛이 만들어내는 모든 순간에 대한 시일 것입니다. 덧붙인 날짜를 생각하시면서, 그날의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 어디를 갔었는지 함께 상상해보시면서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_런던

 

“EVERYTHING IS GOING TO BE ALRIGHT”

 

 

2019.10.06. /흐림/ (세븐시스터즈-테이트모던)

 

 모든 여정은 불확실성에서부터 시작한다. 낯선 공기며 분위기 따위를 온몸에 새기는 매순간이나, 익숙함과는 거리가 먼 문자들을 보며 표를 끊는 것이나, 모르는 길을 찾아 물어가며 크고 작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들 모두가 말이다. 런던에서 시작한 여행의 첫 일정이 그곳에서 5시간 떨어진 이스트본의 세븐시스터즈였을 때는 회의보다는 가깝고 확신 보다는 먼 그 어중간한 어딘가의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기차와 버스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순간을 끝내고 싶은 어리석은 인간의 마음이 여행을 좀먹고 있었다. 이렇게 가는 방법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이 시간에 출발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는 것들이었다.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여행을 대변할 만큼 찬란하지 않을지라도, 목적지로 가는 길이 멀고 느려 지루할지라도, 그 시간들마저도 즐기고자 온 것이 여행이다. 여행이기에 조건 없이 행복하고, 아직은 어색하지만 분명 함께이기에 맹목적으로 화려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내린 버스 정류장 앞, 벌링 갭으로의 입구는 근거 없는 확신을 주었다. 여행이 주는 촉감이 언제나 그래왔듯, 분명 옳으리라 하는 이름 없는 확신이었다. 흐붓이 떨어진 빛을 담고, 빛을 머금은 동기들의 사진을 찍으며 세븐시스터즈까지의 먼 길을 조금씩 채웠다. 이윽고 도착한 7개의 하얀 절벽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할 뿐이었다. 여행은 항상 옳았다.

 일정을 한 번 더 꼬아, 돌아오는 발길을 돌려 야경으로 향했다. 테이트모던 10층 전망대에 오르자 오늘을 말하는 문구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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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IS GOING TO BE ALRIGHT’

낯섦도 신선함이고, 불편함도 행복일 수 있는 것.

 

그런 순간이, 여행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내심 바랐다.

 

 

_파리

 

 

 

 

"꿈에 살아"

 

 두 발 딛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꿈같은 순간이 있다. 그 꿈들이 하루 이틀 모여서 익숙해진다는 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모든 일들이 분명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특권인데, 가장 특별한 나날들을 일상적으로 받아드린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다시금 ‘익숙함에 속는다.’는 말을 음미하게 된다. 떠나오기 전에는 여러 번 속고도 또 속는 게 익숙함인데, 30일 간의 여정이 익숙해지는 순간 이 여행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걷고 있는 현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그 현재가 너무나 찬란하고 아름다워 ‘꿈’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있더라도 그 때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오늘이라는 하루를 남기며 끊임없이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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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이 있다면 오늘과 같을까.

나는 그렇게 오늘도 꿈속을 거닐었는지 모른다.

 

 

 

_인터라켄

 

 

 

 

 

 

“빛이 머무는 난”

 

  인간이 여행을 떠나듯, 빛도 소리도 어딘가 여행을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분명 어딘가로 반사되어 색을 내야 하는 빛들이지만, 어쩌면 그것들도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나, 정말 아름다운 곳에 잠시 머물다 가지 않을까 하고. 빛이 단 하나의 색만을 가지고 있지 않을지라도, 그들이 가 닿고 싶은 곳이 있지 않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봤었다.

  그리고 오늘 내 눈 앞에 펼쳐진 모습들은 하나같이 그 생각을 굳혀주었다. 지친 일상과는 거리가 먼 빛들. 존재 자체로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빛들. 내가 빛이라면 필연코 융프라우요흐에 올라타 그 아래를 비추리라. 다른 빛들에게도 그 자리는 일종의 꿈의 자리가 아닐까.

 

 

그리고 그 중 어떤 빛들은, 내가 좋아서 내게 머물렀을지도 모르겠다.

 

 

_루체른,뮌헨

 

 

 

“너무 욕심내지 않아도”

2019.10.13. /맑음/

 

 이번 여행에서 중간중간에 낀 작은 도시들을 지날 때면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진다.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도 아니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체른도, 5시간을 내내 달려 도착한 뮌헨도 사실 그렇게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됐었다. 두 도시는 이미 두 팔 벌려 우리를 품고 있었고, 길이 익숙하고 편해지는 데는 한 번의 왕복만이 필요했었다.

더 많은 것을 봐야한다는 압박감, 매 순간 느끼는 바가 있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은 여행의 재미를 앗아간다.

 조원들과 같은 길을 가다가도 슬쩍 빠져 버스킹 구경도 하고, 필을 타 그 공연에 비트를 넣어보는 것. 여행의 묘미란 그런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여유를 찾으려고 떠난 여행에서조차도 너무 많은 것을 탐내고 있지는 않을까.

 

 

_뉘른베르크, 프라하

 

“낮과 밤의 여왕”

2019.10.14. /맑음/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하나의 도시를 만끽하는 즐거움도, 그럴 여유도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구도를 담고자 수시로 카메라를 켜고 다니며 길거리를 돌아다녀보지만 결국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풍경에 금세 카메라를 내린다. 좁은 버스 단칸에 몸을 구긴채 보내는 시간이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우리 40명의 온몸을 휘감을 새로운 전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유럽의 풍경이 그런 매너리즘을 탈피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더 큰 자극, 더 더 예쁜 그림. 그것이면 되었다. 아기자기하게 모인 도시 위로 가득 차는 뉘른베르크 정오의 빛과, 차갑게 깔린 밤 밑으로 은은히 피어오르는 프라하 저녁의 빛이면 우리의 하루를 ‘여행’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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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봐도 새롭다는 것, 그것이 실재하는 10월의 어느 밤이었다.

 

 

_프라하

“Wake Me Up When October Ends”

2019.10.15. /흐림/ (프라하 성-존 레논 벽-까를교-하벨 시장-바츨라프 광장)

 

인생에 쉼표가 필요해서 여행을 왔는데, 여행에도 쉼표가 필요했다.

 

콜드브루 커피를 내린 것처럼, 쌀쌀한 공기가 차갑게 깔린 프라하의 둘째 날이었다. 등 뒤가 따가울 정도로 햇살이 따가운 요 며칠이 있었음에, 당당하게 그동안 아껴두었던 티셔츠를 꺼낸 나는 애써 괜찮다고 자신을 달래며 여정을 떠났다. 컨디션이 안좋았던 탓일까,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이전만 못한 것 같고, 역사를 잘 모르는 체코의 구왕궁이나 성 비투스 성당은 그저 오래된 건축물일 뿐이었다. 오늘 하루, 순순히 의무감으로 발을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차와 푹신한 침대가 절실했다.

결국 이른 저녁에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을 선택했다. 프라하라는 세계 3대 야경을 가진 도시에 하루 반이라는 시간이 너무 촉박할뿐더러, 이 몸 상태로는 앞으로의 여행지에서도 고생을 면치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삶의 가장 배부른 부담을 느끼고 있는 하루.

깊은 잠에 빠졌다가 누군가에 의해 10월이 끝날 때쯤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을 품는다.

 

 

_체스키 크룸로프-잘츠부르크

 

“다이나믹 듀오”

2019.10.16. /맑음/

 

 

 여행을 다니면서, 어떠한 도시나 풍경이 ‘역동적이다’라고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어느 곳에서는 보여지는 풍경 자체가 역동적이었고, 또 어떤 곳에서는 정말 물리적으로 ‘역동적이었다.’

쨍한 햇볕과 틈틈이 단풍으로 물든 수많은 나무들, 그리고 빨간 지붕을 이고 아기자히 붙어있는 건물들은 흔히들 동화에서나 볼 만하다고 한다. 깨끗하게 흐르는 강이 있고, 신선한 공기가 있고, 편한 여유가 있는 곳. 내가 가진 체스키 크룸로프의 첫 인상은 그랬다. 성벽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전망과 테라스에서 걸터 보는 풍경은, 런던의 더 샤드 전망대나 프랑스 개선문의 야경이나 스위스 인터라켄에서의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잠시 스쳐가는 도시에서 겪은 강한 인상이 이 도시에 애정과 미련 따위의 감정을 남겼다. 짧고 굵은, 계속 아른거리는 여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3시간 정도를 더 달려 도착한 잘츠부르크는 그야말로 역동 그 자체였다. 숙소 앞 카지노에서 치고받으며 싸우는 남성 패거리의 싸움 소리나, 우리 숙소의 화재경보에 달려온 소방차와 구급차,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어느 노인의 뺨을 때리는 소년까지, 의외의 복병으로 불려 마땅한 도시였다. 그러나 그런 길거리와는 다르게, 밤의 미라벨 정원은 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분수에 담긴 물이 아니라 정말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받았고, 하늘을 수놓은 별은 그 분수에서부터 뻗어져 나온 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잇다. 처음 들어본 곳이어서, 이곳이 초행길이라서, 그 나라의 분위기를 전혀 몰라서. 그 모든 처음들이 여행에 일련의 ‘역동성’을 부여하지 않을까 싶다. 예상치 못했기에 더 놀랍게 받아들이는 것이 여행이라면, 기꺼이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뛰어들겠다.

 

 

_잘츠부르크(할슈타트)

 

“Natur”

2019.10.17. /맑음/ (잘츠부르크-할슈타트)

 

‘자연의’, ‘자연스러운’이라는 뜻의 영단어, ‘Nature’의 어원을 따라가 보면 ‘Natur(나뚜르)’라는 단어가 나온다. 우리에게 아이스크림으로 익숙한 이 단어는 사실 ‘태초의 상태에 가까운’,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 브랜드의 녹차 아이스크림이 정말 진한 녹차 맛이었나 보다. 그런데 정말 ‘나뚜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 있다. 바로 오늘 근교여행으로 다녀온 할슈타트라는 마을이었다. 오스트리아 오버외스터라이히주에 위치한 할슈타트는 2012년 기준으로 인구가 794명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도시이다. 알프스 기슭의 호수 지역인 이곳은 그 경관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처음 오스트리아가 생겨났을 때 이 나라를 유지시켜준 것이 소금사업이었다는 영어 가이드의 말대로, 할슈타트 역시 천혜의 전경과 더불어 소금광산이 유명하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주요 산업이 첫 째도 관광, 둘 째도 관광, 셋 째도 관광이라는 가이드의 농담이 그저 빈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영화 ‘겨울왕국’ 속 이야기의 도시, 아렌델의 배경이 되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마을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푸니쿨라 전망대가 있다. 주로 왕복권을 끊지만, 내려오는 등산로가 아주 아름다워서 편도만 끊고 걸어내려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러고 싶었지만 1시간 정도 걸린다는 매표소 직원의 말에 16.5유로의 왕복권을 끊었다. 올라가서 보는 전망은 흡사 스위스 인터라켄의 그것과 비슷하다. 우리 여행 크루의 동기들도 같은 이유로 조금의 실망감을 갖고 내려간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머리카락 색이었을 것 같이 물든 노란 단풍들과, 벌써부터 붉게 타들어가는 단풍들을 틈틈이 섞어 놓은 이곳의 풍경은 단언컨대 인터라켄과는 달랐다. 인터라켄이 장엄한 자연 속에 집들이 박혀있는 듯한 도시이자, 진한 초록빛의 녹차 아이스크림이었다면, 할슈타트는 색색의 자연 사이로 마을이 녹아든 레인보우샤베트같은 곳이었다.

 

 

_블레드,베네치아

 

“물의 낭만”

2019.10.18. /맑음/

 

  학창시절 배우는 시에서 흔히 등장하는 소재인 거울은, 보통 자기반성의 매개체라고 한다. 태초에 자연이 만들어질 때 물의 역할은 거울이었으리라는 오늘의 생각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길에 슬로베니아에 들려 블레드 호수를 방문했다. 물 속 깊은 곳까지 나무들이 뻗어있는 듯한 모습, 그러니까 숲의 빛과 물의 빛이 이루는 완벽한 데칼코마니였다. 공기의 이동이 만들어내는 잔물결이 더해져 고즈넉한 블레드 호수에 낭만을 더했다.

  공교롭게도 이탈리아로 입성해 처음 간 도시도 수중도시 베네치아였다. 아드리아 해의 물길이 도시의 줄기로 자리 잡은 베네치아는 정말이지 물로 시작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물로 끝나는 도시였다. 언제나 그랬듯 오랜 이동에도, 초행길에도 아랑곳 않고 투어를 따라나서 이탈리아의 야경을 맞이하고 동기들과 저녁을 해결했다.

  낮의 블레드도, 밤의 베네치아도 그 물들만은 꿋꿋하게 지상의 것들을 비추어냈다. 물을 보러 오기에 물이 비치는 지상의 모습도 중요하겠으니, 그 둘을 모두 신경 쓰리라 여겨지는 그곳 사람들의 됨됨이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물은 자기 위의 것들을 비춘다. 물에 비치려면 속으로 들어가서는 안 되니 반드시 물 위에 있어야한다는 점도, 또 그 위에 있는 것들은 작은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담아낸다는 점도 물을 완벽한 자연의 거울로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 전, 물이 이 지구상에 생명체를 잉태했을 때부터, 혹은 신이 물과 육지를 나누었을 때부터 이미 이 육지의 것들은 자리를 돌아보며 살아야한다는 사명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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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생명의 근원이라 하는 이유도,

우리 몸의 70%가 물인 이유도

태생적으로 모든 생명은 반성을 전제해야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걸 이렇게 예쁘게 말하고 있었는데.

 

 

_베네치아

 

 

 

베네치아는 그냥 사진이 글이죠ㅠㅠㅠ 부라노 섬 너무 예뻤습니다....

 

 

_시에나,로마

시에나와 로마의 첫 날도 사진으로 보겠습니다!

(뀨?)

유럽의 길은 개 반 사람 반입니다..

 

캄포 광장!

떨어지는 빗물을 광장 중앙으로 모아서 시내로 공급한다고 하네요.

 

야경 투어 시작! 첫 코스가 콜로세움이었어요ㅠㅠ

밤의 콜로세움 정말 제 마음을 골로 가게 만들었습니다...

 

유럽의 좋은 점 또 하나! 중앙선을 걸어도 위화감이 없다는 것...??

 

베네치아 광장에서 본 독립기념관

 

이탈리아에서는 '조국의 제단'이라고 불린다네요.

이건 거의 뭐 경복궁 야간 개장이 아니냐고요ㅠㅠㅠㅠㅠㅠ

 

로마 입덕 완료....

 

다음 날에 다시 올 바티칸 시국!

 

 

_로마

 

 

 

“만 시간의 법칙”

2019.10.21. /맑음/ (바티칸 시티-스페인 광장-트레비 분수-판테온 신전)

 

 어떤 분야에서 달인이 되기 위해 쓰는 시간의 법칙. 한 가지 일에 만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보다 그 일을 잘하게 된다는 이 법칙은 각종 다큐를 포함해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주제이다. 그런데 오늘, 한 가지 일에 무려 3만여 시간을 들인 사람을 보았다. 그것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에. 그리고 그는 세기에 한 번 나오는 천재, 미켈란젤로였다.

 

 바티칸시국 투어는 처음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오디오 수신기를 바꾸는 중에 시야에서 사라진 일행을 찾느라 여기저기 한참을 돌아다녔다. 수신기에 오는 신호도, 핸드폰 데이터도 없어 동기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간신히 동기들을 찾은 정원에서야 겨우 바티칸의 매력에, 그리고 중세 로마의 미술에 매력에 빠져들 수 있었다. 가이드님이 설명해주시는 미켈란젤로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있었다. 특히 본인의 전공이 아닌 그림으로 4년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성당의 천장을 완성시켰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다. 그가 단순히 번뜩이기만 하는 천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일은 이번 투어의 핵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스티나 성당 천장의 프레스코화나, 같은 공간 벽에 그려져 있는 ‘최후의 심판’ 그림이나, 성 베드로 성당에 있는 삐에따 조각상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몰랐다면 그저 ‘이건 돌이고, 저건 그림이네.’하는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설명을 듣고 보니 너무나도 재미있는 게 미술이었다. 너무나도 슬픈 것도, 너무나도 신기한 것도 다 미술이었다.

 카톨릭의 성지에 다녀와서 였을까. 천주교도가 되겠다는 마음이 조금 더 커지는 느낌이었다. 조촐한 파주의 군부대 안에 있는 성당에서나, 교황이 머무는 곳에 있는 성당에서나, 나의 마음은 똑같이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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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로마가 그랬다.

하루 종일도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트레비 분수가.

하루 종일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스페인 광장도 모두 다.

 

 

_피렌체

 

 

 

 

“Hello, Florence”

2019.10.23. /맑음/ (두오모 대성당-미켈란젤로 언덕-베키오 다리-달오스테)

 

“그니까요. 뭐 외국을 와 봤어야죠. 저 그래도 외국 처음 온 사람 안 같게 엄청 잘 다녀요.

조금만 헤매고, 밥도 안 굶고. 소도 한 덩이 크게 먹을게요.”

도깨비 6화, 지은탁(김고은 분) 대사 중에서.

 

 가끔은 ‘피렌체’라는 지명보다 ‘플로렌스’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피렌체의 영어식 표현인 ‘플로렌스’를 입에 담을 때면 뭔가 그 단어에서부터 꽃향기가 나는 것 같다. ‘Flower’와 향기를 뜻하는 ‘Fragrance’가 함께 떠오른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사실 피렌체와 꽃은 딱히 특산물의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풍기는 느낌이 그렇게 사뭇 은은하다.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관광에 대해서 딱히 지식이 많지 않았던 나는, 주로 추천해주는 투어지를 돌아다녔다. 두오모 대성당에 들어가 수많은 계단을 걸어 쿠폴라를 올라가보고,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베키오 다리, 두오모 대성당, 산타크로체 바실리카를 한꺼번에 바라보며 황혼을 맞이했으며, 티본 스테이크로 마무리하면서 눈과 귀와 혀를 모두 사로잡았다. 정말 소 한 덩이 크게 먹었다.

 

 

_니스

 

 

 

“태양의 아이러니”

2019.10.26. /맑음/ (니스 일출-마세나 광장-I love Nice-니스 일몰)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신이 있다면, 태초에 그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초에 빛과 어둠이 만들어질 때부터, 달과 태양은 같은 곳에 있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22년 만에 그 아이러니함을 목격했다.

 

07:20

10월이 되어 밤이 조금 길어진 것을 감사해하며, 그 덕분에 일출 시간이 꼭두새벽이 아닌 타협 가능한 시간임에 감사해하며 일출을 보러 발을 옮겼다.

 

07:29

해가 뜨기 직전, 끓어오르는 물같이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은 심상치 않은 빛을 뿜어내고 있는 니스의 아침 바다였다.

 

07:34

가까워진 태양이 니스의 밤을 채웠던 남색을 걷어냈다.

 

07:58

약속한 시간을 정확히 맞춰 떠오른 여명은 니스를 아름다이 깨웠다.

 

07:59

불과 1분 만에 정확한 형체를 드러낸 태양. 마치 지평선에 걸친 바다의 어느 끝을 잡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08:07

가장 완벽한 일출. 당당히 떠오른 거성의 빛이 순식간에 온 세상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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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뜨고 질 무렵 태양의 빛은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빛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온통 푸르게 덮인 하늘 사이 낀 주황색은 사실 태양 하나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기에. 그래서 태양은 이기적이다. 이기적이고 독립적이며 독단적이다. 하지만 당당하고 독보적으로 타오른다. 그래서 태양은 아름답다. 그것이 여명과 황혼이라는 조화를 만들어냈다. 태양의 시점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맞이한 10월 말의 니스는 황홀했다.

 

 

_바르셀로나

 

 

 

 

 


훗날 누군가에게 "어느 세대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 물음에 어울리는 수많은 대답들 중에,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완공 이전을 본 세대."라는 대답도 해보겠습니다. -최푸른하늘 인스타그램 중에서.


 

마지막 바르셀로나....

 

카르멜 벙커 레알 대박

바르셀로나는 바둑판 모양으로 생긴 구획도시라서 그런지 야경이 너무 예쁘고 반듯했어요!

 

가우디 투어는 왜 필수 코스라고 하는지 인정했습니다..(끄덕끄덕)

바티칸투어와 마찬가지로 가이드 있이 듣는 건축물의 스토리 정말 재밌었습니다 ㅎㅎ

가이드분들은 다 입담도 좋으셔..

 

 

[그래서, 스위트유로.]

 

 글을 쓰며 제가 써왔던 일기들도 다시 보고, 사진들도 다시 보니 뭉클하면서 지난 날들에 대한 아련하고도 애틋한 감정이 올라옴을 느낍니다. 41기 스위트유로를 참가하면서 짧았던 28일동안 쌓은 많은 추억들이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들에 힘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항상 그럴 순 없으니까, 그 기억으로 또 사는 거니까요.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좋은 문구들이 무궁무진히 생각났지만, 결국 이 엔딩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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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도시에서 다음 도시로 이동할 때쯤, 오늘이 어느 곳의 마지막 날이면 항상 그곳에서의 마지막 인상을 좋게 남기고자 노력했습니다. 도시 자체의 풍경을 두 눈에 오롯이 담고자 사진도 많이 안찍고, 그 순간만을 만끽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저는 그곳에서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다음에 이곳을 꼭 다시 와야하는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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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축구 팀의 경기를 보지 못했다고.

 

그 유명한 런던의 빅벤과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하얗게 빛나는 에펠탑을 보지 못했다고.

 

푸르르게 빛나는 융프라우를 꼭 다시 보러 오겠다고.

 

푸른 하늘 아래 내 몸 한 번 더 던져보겠다고.

 

쾌청한 날씨의 프라하를 보지 못했다고.

 

더 몰에서 원하는 명품 하나 멋있게 사보지 못했다고.

 

피렌체의 랜드마크인 피사의 사탑을 가보지 못했다고.

 

물 바람이 시원한 트레비 분수에서 반나절 종일을 앉아있어보지 못했다고.

 

아직은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벽하지 않다고.

 

그 맛있는 음식들을 꼭 다시 먹으러 오겠다고.

 

 평생을 바쳐 꼭 다시 와야할 이유를 찾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모두가 그 이유를 찾아 헤맸던 건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우리가 온 몸을 다해 유럽을 즐겼기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다르지만, 우리는 스위트유로라는 경로로 함께 즐겼습니다.

 

 프롤로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마치 처음부터 우리의 시간이 이 순간들을 위해 흘러갔던 것처럼 말이죠.

 다가올 미래에 삶이 힘들면, 저는 제일 먼저 이 사진들을 꺼내 보며, 유럽을 다시 가야할 또다른 핑계를 찾을 것 같습니다. 부디 저와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여러분들에게도 41기 스위트유로가 그런 의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웃으면서 다시 만나요!

 

41기 스위트유로 후기

빛이 닿아 만들어지는 모든 순간에 대한 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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